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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흡연
글쓴이 정나은 등록일 2014-07-16 16:53 조회 1008
청명한 하늘과 두 뺨을 스치는 신선한 바람, 그야말로 상쾌한 아침 출근길, 전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콧노래는 절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일상에서 스며든 작은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앞서가던 사람의 담배 연기가 고스란히 뒤가던 나를 덮쳤기 때문이다. 역한 냄새를 추원해보려 했지만 걸음의 속도상 쉽지 않았다. 콧노래는 자연스레 욕설로 뒤바뀐다. 비단 나만의 경험일까?
‘맞아, 정말로!’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는 이 한둘이 아닐 터다. 흡연자도 다른 흡연자의 연기는 싫다는데, 비흡연자는 오죽하겠는가!
담배다 몸에 해롭다는 건 이제 모든 국민이 아는 상식이다. 작년 8월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한국인130만 명을 대상으로 19년 동안 추적하여 발표한 역학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으로 후두암, 폐암 등 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6.5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으로 초래된 진료비는 2011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 원의 3.7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실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음에도 왜 사회는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는 것일까?

담배에 관대한 사회
담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기호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유럽을 중심으로 담배가 전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500년 전부터지만, 처음 인류가 흡연을 시작한 것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이전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인 16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담배가 들어왔는데, 일단 국내에 상륙한 담배는 예의 중독성을 통해 순식간에 국민들 사이로 퍼졌다고 한다.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피우는 방식이나 제조 과정 등에는 차이가 있으나 흡연인구가 꾸준히 존재해 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1964년 미국 공중위생국이 ‘흡연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담배의 심각한 유해성을 밝히기도 전에 이미 담배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호품이 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까? 그 유해성을 정도에 대해 수많은 과학적이고 이중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국가가 지정한 마약류인 대마초와 비교해보면 이 점은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때때로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되는 사람들이 뉴스에 오르내리면, 우리는 마치 패륜아라도 본 듯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담배나 술이 중독성 없는 대마초보다 몸에 더 해로우며 사회를 갉아먹는 기호품이라는 연구결과와 주장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왜 우리는 유독 담배에 관대할까?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는 대마초 흡연에 대한 처벌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술과 담배가 오래전부터 기호품으로 자리 잡아 음주 또는 흡연행위에 대한 단속과 형사처벌이 비현실적인데 반하여 대마는 1970년대 중반경 그 이용이 확산되었을 뿐이므로 대마사용에 대한 규제가 우리의 법감정과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을 정도로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등 술, 담배와 달리 대마의 수수 및 흡연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라며 판결을 내린바 있다.
즉, 담배나 술이나 대마초나 해롭기는 마찬가지이나, 술과 담배는 예부터 국민 다수가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허용한다는 말이다. 생각건대,
우리는 우리의 인식보다 좀 더 담배를 해악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신하들은 임금 앞에서도 담배를 마구 피워댔고, 결국 조회가 열리는 정전까지 온통 연기로 자욱했다고 한다. 당시 지독한 혐연가였던 광해군은 본인 앞에서 신하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했는데, 이것이 어른과는 맞담배를 피우지 않는 우리나라 예절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과학적으로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밝혀진 것은 최근이다. 처음 담배의 위해성을 밝힌 1964년 미국공중위생국의 ‘흡연 보고서’에도 간접흡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 들어 처음 시작됐으며, 그로부터 20여년 귀인 1992년에야 미국 환경보건청은 간접흡연에 대한 연구를 분석하여 직접흡연과는 별도로 간접흡연을 발암 물질로 규정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현재 간접흡연도 직접흡연과 같은 질병을 앓게 된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제3의 흡연도 간접흡연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제3의 흡연은 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이 옷이나 카펫 등에 스며들면서 제3자에게 간접흡연과 같은 피해를 주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간접흡연을 하고 있을까?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도 서울시민의간접흡연 경험률은 90.8퍼센트로 하루 평균 13분이나 간접흡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며 간접흡연을 하는 시간은 10분이었으며, 실외 공공장소에서는 3분이었다.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 담배 연기 노출을 우선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간접흡연 장소를 더 세분화 해보면, 실내 가중 이용시설 중 간접흡연을 가장 심하게 경험한 장소로 호프집, 주류취급업소가 56.3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음식점 18.3퍼센트, 건물의 옥외연결 계단 및 입구 12.9퍼센트 직장 건물 내 6.1퍼센트 아파트 내 2.4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실외의 경우는 길거리가 54.9퍼센트로 높았고, 버스정류소 21.8퍼센트, 건물 입구14.7퍼센트, 공원 3.6퍼센트, 광장 1.7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의학계는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연이라 지적한다. 다행히 금연건물이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 2012년 12월 8일부터는 공공이용시설 전면 금연이 시행되었다. 정책시행 이후 서물시민의 하루 평균 간접흡연노출시간은 2012년 13분에서 2013년 7.5분으로 5분 이상 감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접흡연 피해자들을 위한 금연정책이 얼마나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흡연권보다 혐연권이 우선
실내 흡연에 대한 금지조치가 큰 성과를 거두자 사람들은 이제 실외흡연에 눈을 돌리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도로교통법에 따른 보도와 거리 등 많은 사람이 모이거나 오가는 관할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조례로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간 길거리 흡연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규제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허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길거리 흡연을 법률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여 명문·의무화 하고, 지정기준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세부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기본권 침해하며 볼멘 소리로 항의 한다. 사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금연과 관련한 국민건강증진법시행규칙 위헌확인 심판 청구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을 저울질했다는 사실은 흡연권도 하나의 권리로 인정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실질적 핵으로 라는 것이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 만아니라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며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자면 당장에라도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무작정 금연구역을 확대지정 한다면 오히려 불법적인 흡연을 유도해 법이 불법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흡연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흡연시설을 충분하게 구비하고 그들의 편의를 도모해야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의 목표가 궁극적으로는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흡연권이 그보다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애연가들도 흡연할 권리는 있다. 그러나 타인의 건강에 해악을 끼칠 권리는 결코 없다. 개인 의 자유와 기호는 어디까지나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허용되어야 한다. 간접흡연에 대해 어느 누리꾼은 이렇게 빗대어 말했다. “콜라 애호가들이 콜라를 마시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들이 콜라를 마시면서 동시에 입에 머금은 음료를 옆 사람의 얼굴에 뿜으면서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 행동을 계속 하도록 놔두어야 할까?” 건강상의 위해까지 떠올린다면 답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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